“가능하다”와 “운영할 수 있다”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
에이전시에서 블로그를 여러 개 운영하다 보면
언젠가는 한 번쯤 이런 결론에 도달합니다.
“도구를 새로 쓰기보다는,
지금 쓰는 것들을 잘 조합해서 해결해보자.”
그래서 가장 흔하게 선택되는 조합이 있습니다.
- 워드프레스 멀티사이트
- 노션으로 계정·규칙 정리
- 엑셀로 블로그 목록과 권한 관리
이 조합은 처음엔 꽤 그럴듯해 보입니다.
이 방식이 선택되는 이유는 명확하다
이 조합의 가장 큰 장점은 단순합니다.
- 이미 쓰고 있는 도구다
- 추가 비용이 거의 없다
- “우리가 잘 정리하면 된다”는 확신을 준다
즉,
새로운 결정을 미루면서도 문제를 해결한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.
그래서 많은 팀이 이 단계를 거칩니다.
하지만 이 방식은 한 가지 전제를 깔고 있다
이 구조가 유지되려면
항상 성립해야 하는 전제가 있습니다.
“모든 사람이 규칙을 정확히 이해하고,
항상 그 규칙을 지킨다.”
현실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조건입니다.
- 사람은 바뀌고
- 프로젝트는 늘어나고
- 예외 상황은 반드시 생깁니다
이 순간부터
이 조합은 조금씩 균열이 나기 시작합니다.
문서와 규칙은 늘어나지만, 안정성은 늘지 않는다
문제가 생길 때마다
팀은 이렇게 대응합니다.
- 노션 문서를 하나 더 만든다
- 규칙을 한 줄 더 추가한다
- “이건 꼭 확인하세요”라고 공지한다
하지만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.
문서가 많아질수록,
실제 운영 안정성은 오히려 떨어진다는 점입니다.
왜냐하면:
- 모든 사람이 모든 문서를 항상 보지 않기 때문이고
- 규칙은 기억이 아니라 습관이기 때문입니다
멀티사이트의 문제는 ‘기술’이 아니다
워드프레스 멀티사이트 자체가 나쁜 선택은 아닙니다.
기술적으로는 강력합니다.
하지만 에이전시 운영 관점에서는
다음 질문에 답하지 못합니다.
- 고객사별 완전한 분리가 가능한가?
- 작성자에게 필요한 권한만 줄 수 있는가?
- 실수 자체를 구조적으로 막을 수 있는가?
결국 멀티사이트는
운영 정책을 사람이 계속 보완해야 하는 구조입니다.
이 구조의 진짜 문제는 ‘의존성’이다
이 조합이 유지되는 동안
팀은 점점 특정 사람에게 의존하게 됩니다.
- “이건 ○○님이 제일 잘 알아요”
- “그분한테 물어보면 됩니다”
- “예전 설정은 그분만 아세요”
이 상태는 안정이 아닙니다.
단순히 사고가 아직 안 난 상태일 뿐입니다.
운영이 무너지는 순간은 항상 같다
이 구조가 무너지는 순간은
대부분 비슷합니다.
- 핵심 인력이 빠질 때
- 블로그 수가 임계점을 넘을 때
- 동시에 여러 프로젝트가 겹칠 때
그제야 팀은 깨닫습니다.
“이건 우리가 잘 못해서가 아니라,
애초에 구조가 안 맞았구나.”
그래서 이 문제는 ‘운영 기준’의 문제다
여기서 중요한 결론은 이것입니다.
- 기존 도구들이 부족해서가 아니다
- 실무자가 덜 꼼꼼해서도 아니다
개인 기준으로 설계된 도구를
에이전시 운영에 맞게 억지로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.
다음 글에서는
이 기준을 처음부터 다르게 잡은 경우,
즉 blog.haus가 어떤 질문에서 출발했는지를 이야기해보려 합니다.
다음 편 예고
〈blog.haus는 왜 ‘블로그 툴’이 아니라 ‘운영 시스템’인가〉